세계관WORLD
1953년, 별이 쏟아지던 어느 밤의 알제리.
사하라 사막의 한가운데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 하얀 나무가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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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덩굴 식물처럼 표면을 뒤틀며 뿔처럼 자란 새하얀 나무는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했고, 그 어떤 물질보다 단단했다. 빠른 성장 속도로 하루가 채 되기 전 20M는 훌쩍 넘는 고목이 되어 생장을 마친 나무. 그 꼬인 결의 틈이 갈라진 사이로 새하얗고 밝은 천국의 빛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이를 신성한 나무로 보고 ‘신의 가지’라 칭하며 귀하게 여겼다.
신의 가지를 연구하기 위해 세계에서 많은 인력과 물자를 동원하였으나, 사막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지구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나무의 성분으로 인해 연구는 진전이 없었다. 나무가 자리를 잡은 지 1년을 바라보던 어느 날, ‘신의 가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잎을 틔운다. 하룻밤 사이 말랐던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린 흠 하나 없이 깨끗한 하얀 이파리에 사람들은 숭고한 마음으로 그 앞에 모여들었다. 그 순간 가지의 결은 짐승의 아가리처럼 몸체를 갈라 흰 빛을 쏟아내었고― 그 안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짐승의 모양을 한 새하얀 괴이체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기이한 능력과 강한 파괴력으로 순식간에 주변을 초토화 시켰으며, 날개 달린 것들은 접경국인 모로코와 리비아, 지중해 건너 스페인까지 날아들어 살아있는 존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우점화’로 명명되어 각국의 군사적 지원을 더하고서야 최소 수천명의 피해를 낸 뒤 진화되었으며, 그 뒤에는 이능력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00. 신의 가지
처음 신의 가지가 자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제리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지역 곳곳에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소수의 이능력자들이 발견된다. 이들은 아주 적은 인원이었으나 곧 지구 반대편인 남태평양에서까지 나타나게 되었고, ‘신의 힘’을 가진 자라 불리었다. 신성한 별칭에 역설적이게, 규명되지 않은 힘을 사용하는 이능력자들을 일반인들은 두려워하며 은연중에 배척했지만 이도 우점화의 영향으로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 우점화가 일어난 뒤
밖으로 쏟아져나온 괴이체들은 어느 정도 수습되었으나, 그것들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문을 통해 가지의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더 확실한 방제를 위해서는 신의 가지의 내부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일반인들은 빛에 닿는 것만으로도 강한 신체 거부반응을 보였고, 이능력자들만이 빛을 견디고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없는 인원을 간신히 모아 들어선 신의 가지 내부는 밖보다 광활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예측 불가능한 환경과 괴이체로 가득한 아공간. 갖은 위험이 도사리는 가지의 안에서 몇 번의 전멸을 거듭하고, 많은 이능력자가 목숨을 잃었으나― 가까스로 마지막 층에 도달해 수심을 제거하자 신의 가지는 삽시간에 흰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신의 가지는 이후 지역을 막론하고 지구 곳곳에서 자라났으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인류는 괴이체를 방어하고 가지를 제거하는 동시에 가지와 괴이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 정보
신의 가지는 우주의 물질이다.
초기에 지구에 떨어진 신의 가지는 씨앗의 형태로, 이미 지니고 있는 힘으로 뿌리를 내린 뒤 아공간으로 이루어진 던전을 형성한다. 발아기 상태의 던전은 뿌리에서 흡수하는 행성의 에너지로 형태를 유지하며 내부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한다. 가지의 내부는 몇 겹의 층과 수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층의 ‘벽’을 모체로 층별로 다른 괴이체를 출아한다. 내부 생태계 형성 속도는 인간의 기준과 판이해 어떤 기준과 형태로 발달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가지가 생성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뿌리만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조달할 수 없게 되고, 이때 충분히 증식을 마친 내부의 괴이체들이 가지 외부로 다수 방출되는 현상을 우점화라 부른다.
가지는 위험도에 따라 code X > S > A~F로 나뉜다. 가지의 크기는 모두 다르며, 외양이 큰 가지라 해서 위험도가 높은 가지는 아니다.
가지의 나뭇잎은 내부 과영양화의 신호로, 잎이 가지를 가득 채우면 얼마 지나지 않아 괴이체가 방출된다. 괴이체가 방출되며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가지를 강제 개방하거나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가지 내부에서는 이능력자라도 20일 이상 체류 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괴이체는 크기에 따라 소형(~2M) / 중형(~5M) / 대형(5M 초과) 으로 분류한다.
수심을 없애면 가지는 수 분 내로 소멸하기에 빠른 탈출을 요한다. 단, 외부로 유출된 괴이체는 소멸하지 않는다.
괴이체가 소멸하더라도 부산물은 소멸하지 않는다.
◤ 타임라인
| 1954.09.21 | 1차 대형 우점화 알제리 | |
| 1957.10.19 | 2차 대형 우점화 한국 | |
| 1959.01.01 | 국제 이능력자 관리 연합 IAC 설립 | |
| 1972.12.01 | 헝가리 호르토바지에 code X의 가지 ROOT-573 발생 | |
| 1973.02.10 | 3차 대형 우점화 헝가리 | |
| 1974.07.13 | ROOT-573 공략 완료 | |
| 1992.02.20 | 러시아 사하에 code X의 가지 ROOT-894 발생 | |
| 1992.11.30 | ROOT-894 공략 완료 | |
| 2008.03.16 | 4차 대형 우점화 케냐 국가 관리 부실로 인한 우점화로, 우점화 즉시 지원을 받아 code S의 가지 ROOT-1032 공략 완료 | |
| 2025.08.27 |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code X의 가지 ROOT-2103 발생 | |
| 2026.10.13 | ROOT-2103 공략대 소집 및 모의훈련 | |
| 2026.10.23 | 현재, ROOT-2103 진입 준비 |
01. 이능력자
확인되지 않은 신의 힘을 사용하는 이들은 신의 가지가 뿜는 빛에 거부반응이 없어 누군가는 그들을 선택받은 자들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어떤 이능력은 괴이체와 어렵지 않게 맞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뿐이었을까, 남다른 힘을 운용하는 만큼 신체의 강도도 일반적인 인간을 훨씬 웃돌았다. 이 새로운 인류의 칼날이 언제 평범한 인간에게 돌아올지 모르니, 그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능력자는 신의 가지를 처리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 무작정 배척할 수만은 없었다. 이능력자와 비이능력자는 억압 또는 포용,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대우로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공생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1957년 한국에서 2차 대형 우점화가 발생. 1차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한국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1차 피해국인 알제리에 도움을 청해 공적인 이능력자 관리 체계 설립을 빠르게 추진한다. 단시간에 효율적인 이능력자 관리 시스템을 완성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협력 제안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 이능력자 관리 연합(International Ability Council)을 맺어 보편적 관리 수칙을 수립한다. 현재 IAC의 본부는 한국에 위치하며, 각 회원국은 IAC의 정의와 수칙을 따른다.
◤ IAC
국제 이능력자 관리 연합(International Ability Council)
이능력자들은 초회 발현 시 자발적으로 신고하거나 혹은 각 지역에 설치된 탐지기에 의해 발견되어 검사 통지서를 받으며, IAC의 기준에 따라 분류 등록되어 관리된다. 이 과정은 길어도 한 주를 넘기지 않으며, 현재는 각종 부산물을 이용한 기술의 발달로 구역 내 이능력자 색출에 3일이 걸리지 않는다. 이능력자만으로 이루어진 ‘관리자’도 IAC에서 공식화한 직업으로, IAC에서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발행한다. 이는 가지를 관리하는 이능력자를 위한 공인 자격증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IAC에서 장비를 빌리거나, 가지의 제거를 위해 출입국 시 전용 비자가 존재하는 등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한, 이능력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신의 가지인 만큼 IAC는 신의 가지와 주요 부산물 관리를 도맡고 있다. 발생한 신의 가지는 발생 순서별로 IAC에 의해 ROOT-number로 이름 지어지고, 가지의 발생 즉시 파장을 탐지해 위험도 코드를 산정한다. 이후 관리자 자격증에 부여된 등급을 참고해 공략 권유문을 공고한 뒤, 공략 의사를 밝힌 관리자들을 등록 순서대로 명단에 올린다. IAC는 가지가 발생하고 문이 열린 뒤 소멸할 때까지 가지의 주변에서 국가의 군병과 함께 상시 대기하며 관리자들을 보조한다.
◤ 관리자
모든 이능력자들이 신의 가지로 향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비이능력자에게 핍박받고 사회에서 밀려난 많은 이들이 괴이체 토벌이나 부산물 채집 등의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가지가 생기고 공략을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했던 관리자는 1959년 ISA 창설 직후 공식화된 뒤 인정받는 직업이 되었다. 이들 관리자는 신변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나, 이 때문에 높은 보수를 책정받는다는 점이 부각되어 정년이 없는 고소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길드
정식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5인 이상의 관리자들로 이루어져 IAC에 등록 신고를 마친 공식 조직이다. 관리자가 직업으로 인정받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들은 단독으로 행동하기보다 단체를 조직했을 때 법적·사회적 위치를 포함해 다방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하나둘 길드를 창설해 무리를 지었다. 1959년 IAC에서 최초의 길드를 공인한 이후 점차 수가 늘어, 현재는 소수로 이루어진 소규모 길드부터 수만 명의 길드원이 있는 대형 길드가 여러 분야의 전문 관리자 길드로 존재한다. 길드가 창설되던 초기에는 부산물 산업이나 괴이체 토벌 등의 업무만으로 활동 자금을 조달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관리자 길드의 친선 경기 등의 다양한 컨텐츠의 영향으로 미디어에서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얻어 후원을 받으며 활동하기도 한다.
그 외 IAC에 등록된 다수의 공식 길드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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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OOT-2103
2025년 8월 27일, 스발바르 제도에 code X의 가지가 발생한다. 늘 그랬듯 겉보기엔 여타 가지와 다를 바 없어 보였던 ROOT-2103는 인간 둘 겨우 들어갈 틈으로 수십 명의 관리자를 삼켰다. 공략을 위해 투입된 첫 번째 길드 Ἴκαρος(이카로스)는 일전 code X의 가지를 공략한 적 있다는 화려한 이력에도 복귀에 실패, 전멸로 추정. 이후 들어간 길드 또한 20일을 넘기도록 공략하지 못해 반 이상의 인원을 잃고 미치거나 큰 부상을 입은 채 목숨만 붙어 되돌아 나왔다. 돌아온 이들은 입을 모아 ‘괴이체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례 없는 경우였고, 어쩌면 고지능의 괴이체는 인류에 거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수많은 희생으로 내부의 괴이체가 정리된 덕에 ROOT-2103의 우점화 속도는 늦춰졌으나,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다시―
마른 가지에서 하얀 이파리가 돋아난다.